“에이, 설마 깨지겠어?”
소파 모서리에서 ‘툭’ 하고 떨어졌을 뿐인데, 제 아이패드 프로 화면 위로 선명한 거미줄이 그려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나에겐 애플케어플러스가 있잖아! 하고 애써 태연한 척했죠. 하지만 그 자신감은 수리 과정을 알아보면서 산산조각 났습니다. 단순히 돈만 내면 뚝딱하고 고쳐주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만약 예전처럼 생각 없이 서비스센터부터 달려갔다면, 제 몇 년 치 작업물이랑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전부 날릴 뻔했습니다.
오늘은 과거의 저처럼, 애케플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 맞는 친구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직접 액정 박살 난 아이패드를 수리하며 터득한 모든 과정을 이야기해 드릴까 합니다.
그래서, 핵심만 요약하면? (3분 순삭)
시간 없는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이것만 기억해도 최소한 후회는 안 합니다.
- 애플케어플러스는 보험이지, 데이터 복구 서비스가 아니에요. 수리 맡기기 전에 아이클라우드든 컴퓨터든 백업 안 해두면, 그냥 ‘공장 초기화’된 새 기계를 받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제발 백업부터 하세요.
- 급한 거 아니면 ‘온라인 수리’가 정신 건강에 이로워요. 굳이 시간 내서 예약하고 서비스센터까지 갈 필요 없이, 집에서 택배 박스 받아서 보내면 끝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편하거든요.
- 아이패드 ‘액정 수리’는 사실상 ‘리퍼 교체’라고 보면 속 편해요. 부분 수리가 까다로워서 그런지, 대부분은 멀쩡한 리퍼비시 제품으로 통째로 교환해 줍니다. 내 아이패드에 있던 작은 흠집까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제가 가로수길 대신 집에서 택배를 선택한 진짜 이유
아이패드가 깨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부터 검색할 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예약을 잡으려고 보니, 가장 빠른 날짜가 3일 뒤더라고요. 당장 급한 것도 아닌데 굳이 연차까지 써가며 가야 하나? 하는 현타가 왔습니다.
예약 전쟁과 기다림의 지옥 (방문 수리의 현실)
겨우 예약을 잡고 가도 끝이 아닙니다. 센터에 도착하면 일단 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하고, 엔지니어와 상담하고, 접수하는 데만 최소 30분 이상은 잡아야 해요. 만약 재고가 없거나 수리가 복잡해지면? 며칠 뒤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하죠.
클릭 몇 번에 박스까지 보내주는 ‘애플 온라인 수리’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온라인 수리’를 선택했습니다. 애플 지원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고 증상을 설명하니, 다음 날 바로 아이패드를 담을 수 있는 안전한 배송 박스를 집으로 보내주더군요. 전 그냥 그 박스에 아이패드를 넣고, 동봉된 착불 택배 스티커를 붙여서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끝이었습니다. 이건 정말 경험해봐야 아는 편리함이에요.
다들 ‘본인 부담금’만 아는데, 진짜 함정은 따로 있었어요
애플케어플러스가 있으면 아이패드 파손 시 5만 원의 본인 부담금만 내면 된다는 건 다들 알아요.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데이터’와 ‘시간’이었죠.
“고객님, 데이터는…” 수리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온라인으로 접수하든, 직접 방문하든 엔지니어는 거의 100% 이렇게 물어볼 겁니다. “데이터 백업은 다 하셨나요? 수리 과정에서 모든 데이터는 삭제됩니다.” 만약 이때 “아니요!”라고 대답하면 수리 접수 자체가 안됩니다.
저도 이 말을 듣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당연히 클라우드에 백업됐을 거라 믿었는데, 확인해보니 용량이 꽉 차서 몇 달 전부터 백업이 멈춰있던 상태였거든요. 하마터면 최근 작업했던 중요한 파일들을 영영 잃을 뻔했습니다. 수리 맡기기 전, 설정 > [내 이름] > iCloud > iCloud 백업 메뉴에 들어가 ‘지금 백업’이 제대로 완료됐는지 목숨처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 아이패드는 며칠 만에 돌아왔을까?
온라인 수리의 유일한 단점은 역시 시간이죠. 제 경험상, 택배를 보내고 수리가 완료되어 다시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주말 포함해서 딱 5일 걸렸습니다. 월요일에 보내서 금요일에 받은 셈이죠. 당장 내일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예약하고, 이동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이게 더 효율적일 수 있어요.
잠깐! 이 분야 덕후를 위한 TMI (시간 없으면 넘어가세요!) 애플케어플러스는 ‘우발적인 손상’에 대해 1년에 2번까지 보증해 줍니다. 즉, 2년짜리 애케플 기간 동안 총 4번의 파손 수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교체받는 리퍼 제품은 새 제품과 동일한 품질 검사를 거친, 사실상 새것과 다름없는 컨디션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배터리도 당연히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고요.
어때요, 이제 액정 나가도 덜 당황스럽겠죠?
솔직히 아이패드 액정 깨지면 속상하죠. 하지만 애플케어플러스가 있다면, 그리고 오늘 제가 알려드린 몇 가지만 기억한다면 최소한 당황해서 데이터까지 날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결정 못 하는 친구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딱 정리해 드릴게요.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수리 방법이 보일 거예요.
- 내일 당장 이 아이패드를 써야만 하는가? → Yes라면 어쩔 수 없이 예약 전쟁에 참전해서 방문 수리를, No라면 마음 편히 온라인 수리를 신청하세요.
- 내 모든 데이터가 안전하게 백업되었는지 100% 확신하는가? → No라면, 수리 접수보다 백업부터 하세요. 이게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 사설 수리 업체가 2~3만 원 싸다고 유혹하는가? → 나중에 방수/방진, 트루톤 디스플레이, 애플펜슬 필기감 같은 중요한 기능을 잃고 싶지 않다면, 그냥 공식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는 다 알려드릴게요!
애플케어플러스 없으면 수리비 폭탄인가요?
네,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애케플 없이 액정만 파손되어도 모델에 따라 수십만 원의 수리비가 청구될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패드처럼 휴대하며 쓰는 기기는 웬만하면 애케플에 가입하는 걸 추천하는 편이에요. 구매할 때나 구매 후 60일 이내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리 맡기면 포장은 어떻게 해야 돼요?
전혀 걱정 안 해도 돼요. 애플에서 아이패드 전용으로 만들어진, 아주 튼튼하고 안전한 택배 박스를 보내줍니다. 내부에는 충격 방지 구조물이 다 설계되어 있어서, 그냥 설명서대로 아이패드를 넣고 동봉된 테이프로 밀봉하기만 하면 끝이에요. 직접 뽁뽁이 같은 거 준비할 필요 없습니다.
리퍼 제품, 그냥 중고 아닌가요? 찝찝한데…
중고와는 개념이 완전히 달라요. 애플의 리퍼 제품은 외관 케이스와 배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새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입니다. 기능적으로나 외관상으로나 새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오히려 쓰던 제품의 자잘한 흠집까지 사라진 새 폰 같은 느낌이라 만족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