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폴더블폰을 손에 쥐었을 때의 전율을 기억합니다.
화면이 반으로 접힌다는 사실만으로 미래가 손안에 잡히는 듯했죠.
하지만 시간과 함께 신기함은 익숙함으로, 감동은 현실적인 불편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머니를 축 늘어뜨리는 무게감, 오후 3시만 되면 불안해지는 배터리 잔량.
저는 매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제발 다음 모델은 ‘진짜 스마트폰’처럼 가볍고 편안해지기를.
그리고 갤럭시 Z 폴드7는 마침내 그 기도에 응답한 듯 보입니다.
놀랍도록 얇고, 믿을 수 없이 가벼워졌습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소품이 현실로 걸어 나온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변신 뒤편에서, 저는 어딘가 모를 씁쓸함을 느낍니다.
화려한 코스 요리의 마지막, 가장 기대했던 디저트가 빠져버린 기분이랄까요.
오늘은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려 합니다.
갤럭시 Z 폴드7 & 플립7: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신제품은 작년의 미미한 변화(Tick)를 넘어선, 의미 있는 도약(Tock)입니다.
삼성이 드디어 칼을 제대로 빼 들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갤럭시 Z 폴드7의 변화는 손에 쥐는 순간, 온몸으로 체감됩니다.
드디어 ‘진짜 폰’이 된 폴드, 하지만…
갤럭시 Z 폴드7은 접었을 때, 더 이상 폴더블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한 문장이 이번 변화의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양쪽을 합친 두께가 고작 8.9mm, 무게는 215g.
심지어 S25 울트라보다 가볍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깝습니다.
더는 바지 주머니를 어색하게 불룩 튀어나오게 만들던 ‘벽돌’이 아닙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S25 울트라의 심장, 200MP 메인 카메라를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폴더블폰은 카메라가 아쉽다’는 오랜 편견에 마침표를 찍은 셈입니다.
제가 몇 달간 써본 울트라의 카메라는 그야말로 ‘괴물’이었습니다.
그 압도적인 결과물을 이제 폴드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이 눈부신 발전의 대가로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것을 내어주어야 했습니다.
가장 큰 상실은 바로 S펜 지원 중단입니다.
갤럭시 Z 폴드7의 광활한 화면은 S펜에게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그 무대를 스스로 허문 삼성의 결정이 저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데이터를 보면 S펜 사용자가 소수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폴드를 가장 폴드답게 만들어주던, 그 핵심 정체성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기분. 저만 느끼는 걸까요?
가격과 배터리, 혁신의 발목을 잡는 덫
두 번째 아쉬움은 가격과 배터리라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폴드7의 기본 가격은 100달러 인상된 19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결심이 더 필요한 가격이 됐습니다.
얇아진 디자인과 강력해진 카메라의 값이라기엔, 청구서가 너무 무겁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입니다.
용량은 작년과 동일한 4,400mAh에 머물렀습니다.
‘이렇게 얇아졌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델명 | 두께 (접었을 때) | 무게 | 배터리 용량 | 배터리 기술 |
---|---|---|---|---|
갤럭시 Z 폴드7 | 8.9mm | 215g | 4,400mAh | 리튬 이온 |
아너 매직 V5 | 9.9mm | 231g | 5,820mAh | 실리콘 카본 |
경쟁사는 이미 실리콘 카본 배터리 기술로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훨씬 큰 배터리 용량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삼성의 기조는 존중하지만, 2000달러짜리 플래그십에서 배터리 기술이 정체된 모습은 뼈아픕니다.
마치 최고급 스포츠카에 평범한 타이어를 끼운 듯한 위화감, 바로 그 자체입니다.
갤럭시 Z 플립7: 두 걸음 앞으로, 한 걸음 뒤로?
플립7 역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습니다.
내부 화면은 6.9인치로, 커버 디스플레이는 4.1인치로 시원하게 커졌습니다.
덕분에 폰을 닫았을 때나 열었을 때 모두 활용도가 극대화되었습니다.
배터리도 4,300mAh로 늘어나 실사용 시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입니다.
하지만 플립7은 우리에게 반가움과 동시에, 더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바로 심장, 즉 칩셋의 문제입니다. ‘엑시노스 2500’이 탑재된 것입니다.
작년 스냅드래곤 칩셋의 쾌적함에서 다시 자사 칩셋으로 회귀했습니다.
물론 엑시노스가 무조건 나쁜 칩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능과 전력 효율 면에서 스냅드래곤에 아쉬웠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결정이 단순한 원가 절감일까요, 아니면 다가올 S26 시리즈의 전면 엑시노스 탑재를 위한 ‘간 보기’일까요? 삼성의 오랜 팬으로서, 후자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화려한 잔칫상, 그런데 메인 디쉬가 없다?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은 분명 잘 차려진 잔칫상입니다.
눈을 사로잡는 디자인, 군침 도는 카메라 스펙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인 디쉬가 보이지 않습니다.
폴드의 존재 이유였던 S펜, 그리고 플래그십의 자존심인 배터리 말입니다.
이번 신제품을 보며 삼성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시장을 창조하고 이끌던 ‘혁신가’의 모습보다는, 경쟁사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는 ‘빠른 추격자’의 모습이 더 강하게 보입니다.
물론 추격자 전략도 훌륭한 생존 방식입니다.
하지만 삼성이 그저 그런 추격자로 남기를 바라는 팬은 없을 겁니다.
‘어쩔 수 없는 타협’이라는 변명 대신, 모두가 감탄할 ‘압도적인 혁신’으로 돌아오길. 진정한 ‘게임 체인저’ 삼성의 귀환을 기다립니다.
갤럭시 Z 폴드7에서 S펜은 정말 못 쓰나요?
네, 안타깝게도 이번 갤럭시 Z 폴드7부터는 S펜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S펜 입력을 위한 디지타이저가 물리적으로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폴드의 대화면을 S펜으로 활용하시던 분들께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그대로인데, 실제 사용 시간은 괜찮을까요?
새로운 칩셋의 전력 효율 개선 덕분에 작년 모델과 비슷하거나, 아주 약간 나은 사용 시간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사용 패턴 기준이며, 8인치에 달하는 대화면을 자주 사용하는 헤비 유저라면 여전히 배터리 부족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Z 플립7의 엑시노스 칩, 많이 걱정해야 할 수준인가요?
엑시노스 2500의 실제 성능은 출시 후 정밀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고사양 게임이나 무거운 작업을 할 때의 최고 성능 유지력과 발열 관리 능력은 스냅드래곤 버전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매 전, 출시 후 실제 사용자들의 후기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