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선 고속도로 입구(PCIe 슬롯)에서 그래픽카드가 4개 차선만 이용하며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PCIe 레인, 아직도 어렵나요? 그래픽카드 성능 최대한 쓰는 법

“와, 이 그래픽카드 진짜 싸다! 사야지!”

몇 년 전, 친구가 최신 그래픽카드를 거의 반값에 ‘해외 직구’로 구매했다며 자랑을 늘어놓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받아서 컴퓨터에 꽂아보니, 성능이 기대했던 것의 절반도 안 나오는 겁니다. 소위 말하는 ‘벽돌’을 받은 거죠.

알고 보니 그 제품은 비트코인 채굴장에서 혹사당하다 나온 ‘채굴 에디션’이었는데, 채굴 효율을 높이기 위해 PCIe 레인(Lane)의 일부를 강제로 막아버린 변조 제품이었습니다. 고속도로 차선을 절반이나 막아버렸으니, 차들이 제 속도를 낼 수 있었을까요?

이처럼 PCIe 레인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지만, 내 컴퓨터의 비싼 부품들이 제 성능을 100% 발휘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도로’입니다.

그래서 핵심만 요약하면? (3분 순삭)

  • PCIe 레인은 ‘데이터가 다니는 고속도로 차선’이에요. 차선(레인)이 많을수록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가 오고 갈 수 있죠.
  • 그래픽카드는 보통 16개의 차선(x16)을 다 써요. 이게 국룰입니다.
  • M.2 SSD는 보통 4개의 차선(x4)을 씁니다.
  • 중요한 건 ‘CPU’와 ‘메인보드’가 가진 총 차선의 개수예요. 이 개수가 부족하면, 비싼 부품을 여러 개 꽂아도 제 성능이 안 나옵니다.

제가 M.2 SSD를 잘못 꽂았던 썰

PCIe 레인의 중요성, 제 경험담으로 확실하게 느끼게 해드릴게요.

제가 쓰는 메인보드에는 M.2 SSD를 꽂는 슬롯이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CPU 바로 아래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좀 떨어진 곳에 있었죠. 별생각 없이 비어있는 아래쪽 슬롯에 새 SSD를 꽂았습니다.

그런데 속도 테스트를 해보니, 제품 스펙의 절반밖에 안 나오는 겁니다. 또다시 시작된 삽질… 메인보드 설명서를 꺼내서 읽어보고 나서야 무릎을 탁 쳤습니다.

  • CPU와 직결된 첫 번째 슬롯: PCIe 4.0 x4 (4차선 고속도로)
  • 메인보드 칩셋을 거치는 두 번째 슬롯: PCIe 3.0 x2 (2차선 국도)

저는 최신형 스포츠카(NVMe SSD)를 사놓고, 2차선 비포장 국도에 밀어 넣고 있었던 겁니다. 부랴부랴 SSD를 위쪽 슬롯으로 옮겨 꽂고 나서야, 봉인되어 있던 제 속도를 모두 뽑아낼 수 있었죠.

PCIe 버전과 레인 수, 어떻게 읽나요?

PCIe 4.0 x16

이런 식으로 쓰여있는데, 아주 쉽습니다.

  • PCIe 4.0 (버전): 도로의 제한 속도. 숫자가 높을수록 더 빠릅니다. PCIe 4.0은 3.0보다 2배, 5.0은 4.0보다 2배 빠르죠.
  • x16 (레인 수): 도로의 차선 개수. 숫자가 클수록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가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즉, **’PCIe 4.0 x16’**은 ‘제한 속도 200km/h인 16차선 고속도로’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CPU와 메인보드가 대장인 이유

그럼 이 고속도로는 누가 관리할까요? 바로 **’CPU’**와 **’메인보드 칩셋’**입니다.

  • CPU: 보통 16~24개 정도의 PCIe 레인을 직접 관할합니다. 이 레인들은 가장 빠른 ‘직통 고속도로’라서, 보통 최고 성능이 필요한 **그래픽카드(16레인)**와 **첫 번째 M.2 SSD(4레인)**에 할당됩니다.
  • 메인보드 칩셋: 나머지 USB 포트, 사운드카드, 두 번째 M.2 SSD 등은 메인보드 칩셋을 거쳐서 CPU와 통신합니다. 여러 장치가 함께 쓰는 ‘일반 도로’라서, CPU 직통 라인보다는 속도가 조금 느릴 수 있죠.

이게 바로 제가 M.2 SSD를 첫 번째 슬롯에 꽂아야만 했던 이유입니다.

잠깐! 컴덕을 위한 TMI (그래픽카드, x8로 써도 괜찮을까?)

“그래픽카드는 무조건 x16 아닌가요?”

네, 그게 정석입니다. 하지만 최신 PCIe 4.0이나 5.0 환경에서는 도로의 제한 속도 자체가 워낙 빨라져서, 차선을 절반(x8)만 써도 대부분의 게임에서 성능 하락이 거의 없거나 1~2% 수준에 그칩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래픽카드를 x8로 설정하고, 남는 8개의 레인을 다른 고성능 장치(캡처보드, 초고속 SSD 등)에 할당해서 쓰는 전문가들도 있어요.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그냥 속 편하게 그래픽카드는 첫 번째 슬롯에 꽂아서 x16으로 쓰는 게 국룰입니다.

이젠 부품들의 ‘교통정리’를 이해하세요

PCIe 레인, 이제 감이 좀 오시나요?

우리가 컴퓨터를 조립하고 부품을 꽂는 행위는, 사실 CPU라는 교통 관제 센터가 관리하는 도로망에 장치들을 배치하는 ‘교통정리’와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그래픽카드는 가장 넓은 직통 고속도로에, 나머지 장치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도로에 배치해 줘야 시스템 전체가 막힘없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거죠.

이제 메인보드 설명서를 볼 때, 그저 부품 꽂는 자리만 보지 마세요. 각 슬롯이 몇 차선 도로(x16, x4, x1)인지, 제한 속도는 얼마인지(PCIe 4.0, 5.0)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당신은 더 이상 부품의 성능을 낭비하는 초보자가 아닐 겁니다.

제 그래픽카드가 몇 레인으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확인해요?

‘GPU-Z’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실행해보세요. ‘Bus Interface’ 항목에 PCIe x16 4.0 @ x16 4.0 이런 식으로 표시될 거예요. 여기서 @ 뒤에 있는 x16이 현재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레인 수입니다. 만약 여기가 x8이나 x4로 나온다면, 슬롯을 잘못 꽂았거나 메인보드 바이오스 설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M.2 SSD 슬롯이 여러 개인데, 어디에 꽂아야 가장 빠른가요?

무조건 메인보드 설명서를 확인하는 게 정답입니다. 보통 CPU에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슬롯이 CPU와 직결되는 가장 빠른 레인을 사용합니다. 설명서에 각 M.2 슬롯의 PCIe 버전과 레인 수가 명확하게 나와 있으니, 꼭 확인하고 가장 스펙이 좋은 곳에 꽂으세요.

PCIe 5.0 그래픽카드를 PCIe 4.0 슬롯에 꽂아도 되나요?

네,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PCIe는 하위 호환성이 아주 좋아서, 최신 버전의 카드를 구형 슬롯에 꽂아도 문제없이 작동합니다. 다만, 도로의 제한 속도에 맞춰야 하므로 그래픽카드는 PCIe 4.0의 속도로 작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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