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트북 광고 보면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외치는 이름이 있습니다. NPU (Neural Processing Unit). 무슨 AI 연산 가속기라는데, 이게 들어가야 진짜 ‘AI 노트북’이라면서 엄청 대단한 것처럼 말하죠.
솔직히 저도 처음엔 “또 상술이네” 했습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본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 = 비싼 가격’이라는 공식은 거의 진리였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NPU가 탑재된 최신 노트북을 큰맘 먹고 사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이걸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그냥 비싼 돈 주고 장식품 사는 거 아냐?”
그리고 몇 달 써본 지금, 결론부터 말씀드릴까요? “아직은 계륵(鷄肋) 같아요.” 버리긴 아까운데, 막상 먹을 건 별로 없는. 하지만 동시에, “와, 1~2년 뒤에는 이게 세상을 바꾸겠구나” 하는 섬뜩한 가능성도 봤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NPU라는 놈의 정체와 여러분이 지금 당장 이걸 신경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다 까발려 드릴게요.
그래서 NPU, 정체가 뭔데?
우리에겐 이미 두 명의 일꾼이 있었죠
지금까지 우리 컴퓨터에는 두 명의 일꾼이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AI’라는 새로운 종류의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사진에서 사람만 쏙 빼주는 ‘누끼 따기’, 그림 그려주는 AI, 실시간 통역 같은 일들이요. 기존 일꾼인 CPU나 GPU도 이 일을 할 수는 있는데,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엄청 힘들어하고 전기도 많이 먹어요. 노트북에서는 배터리가 광탈하고 발열이 심해지는 거죠.
AI 시대에 등판한 ‘전문 비서’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NPU (AI 전문 비서)입니다. 이 녀석은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해요. 오직 ‘AI 관련 연산’ 하나만 죽어라 파는 오타쿠 같은 놈입니다.
핵심: NPU는 AI 작업을 CPU나 GPU 대신 저전력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처리해주는 전문 하드웨어입니다. 덕분에 노트북 배터리는 오래가고, CPU와 GPU는 자기 본업(시스템 운영, 게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NPU, 실제로 체감되나요? 제 솔직 후기입니다
광고에서는 NPU로 막 엄청난 걸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2025년 현재 우리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소소합니다.
윈도우 기본 기능, 빨라지긴 했나?
윈도우 11에 기본 탑재된 AI 기능들이죠. 그림판에서 배경 지우거나, 탐색기에서 사진 검색할 때 NPU가 슬쩍슬쩍 도와줍니다. 솔직히 “와! 엄청 빠르다!”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느낌은 있어요.
진짜 물건은 ‘이것’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크게 체감한 부분은 바로 화상 회의였어요. 예전에는 CPU가 낑낑대면서 하던 ‘배경 흐리기’나 ‘시선 맞춤’ 같은 기능을 NPU가 전담하니까, 노트북이 아주 조용하고 쾌적해져요. 배터리도 훨씬 오래가고요. 외부에서 노트북으로 화상 회의를 자주 하는 분이라면 이건 정말 물건입니다.
전문가용 프로그램에서는 어떨까요?
어도비 포토샵의 최신 AI 기능인 ‘뉴럴 필터’ 같은 걸 쓸 때 NPU가 활약합니다. 아직 모든 기능이 NPU를 지원하는 건 아니지만, 지원하는 기능을 쓸 때는 확실히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게 느껴져요.
그럼 NPU, 지금 당장 필요한가요?
자, 그래서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이 NPU 탑재 노트북을 사야 할까요? 제 대답은 “여러분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입니다.
이런 분들은 ‘아직’ 필요 없습니다
- 주로 웹서핑, 문서 작업, 동영상 시청만 하시는 분.
- 데스크톱으로 고사양 게임이나 작업을 주로 하시는 분.
- “나는 1~2년 뒤에 더 좋은 거 나올 때 사겠다”는 존버 정신이 투철하신 분.
솔직히 지금 NPU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괜히 몇십만 원 더 주고 살 필요 없어요.
이런 분들은 ‘지금’ 사셔도 좋습니다
- 외부에서 노트북으로 화상 회의를 정말 많이 하시는 분. (배터리 효율, 저소음 효과 확실합니다.)
- 포토샵, 영상 편집 툴의 최신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분.
- “나는 최신 기술은 무조건 먼저 써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얼리어답터.
- 노트북을 한번 사면 4~5년은 쓰시는 분. 지금은 NPU 활용도가 낮지만, 1~2년 안에 NPU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게 거의 확실해요.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는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잠깐! 컴덕을 위한 TMI (시간 없으면 넘어가세요!)
- NPU 성능 단위, TOPS: NPU 성능은 TOPS (Tera Operations Per Second), 즉 ‘1초에 몇 조 번의 연산을 하느냐’로 표시해요. 당연히 이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좋은 겁니다. 인텔의 ‘코어 울트라’ 시리즈, AMD의 ‘라이젠 AI’,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같은 최신 칩들이 저마다 TOPS 경쟁을 벌이고 있죠.
- 온디바이스 AI vs 클라우드 AI: 우리가 쓰는 챗GPT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거대 서버(클라우드)에서 작동하죠. 반면 NPU는 인터넷 연결 없이, 내 노트북 안에서 자체적으로 AI를 돌리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위한 거예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훨씬 빠르고, 인터넷이 안 돼도 쓸 수 있고, 내 개인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아 보안에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NPU의 진짜 목표는 바로 이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여는 겁니다.
NPU가 있으면 게임도 더 잘 돌아가나요?
아니요, 직접적인 관계는 거의 없습니다. 게임 성능은 여전히 GPU의 역할이에요. 다만, 엔비디아의 DLSS처럼 AI를 활용해 게임 프레임을 높이는 기술이 있는데, 미래에는 NPU가 이런 기술의 일부를 도와서 GPU의 부담을 덜어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로서는 “NPU = 게임 성능 향상”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인텔, AMD, 애플 NPU 중에 뭐가 제일 좋아요?
이건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 ‘자동차 엔진’ 경쟁과 같아요. 각 회사마다 설계 철학이 다르고,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TOPS)도 약간씩 달라서 직접 비교가 쉽지 않아요. 현재로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가 TOPS 수치로는 가장 앞서나가고 있고, 인텔과 AMD가 그 뒤를 바짝 쫓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실제 체감 성능은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 칩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NPU가 들어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사용하고 있는 기기의 공식 스펙(사양)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탑재된 AP(Application Processor) 칩셋 이름(예: 스냅드래곤 8 Gen 3, 엑시노스 2400, 애플 A17 Bionic 등)을 검색하여 해당 칩셋의 상세 정보에 NPU(또는 뉴럴 엔진, AI 엔진 등 유사 명칭) 포함 여부와 성능(TOPS)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노트북의 경우에도 최신 CPU(예: 인텔 코어 Ultra, AMD 라이젠 AI) 정보에 NPU 탑재 여부가 표시됩니다. 제조사 홈페이지나 IT 전문 리뷰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 CPU에도 NPU가 들어가나요?
네,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AMD와 인텔 모두 최신 데스크톱 CPU에 NPU를 탑재하고 있어요. 아직은 노트북만큼 활용도가 높진 않지만, 앞으로 나올 윈도우 차기 버전이나 여러 프로그램들이 NPU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대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에서는 ‘저전력’의 이점은 적지만, AI 작업을 할 때 CPU 점유율을 낮춰서 전체적인 시스템을 쾌적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