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그거 다 똑같은 파란 선 아니었어? (인터넷 속도 100% 활용법)

얼마 전에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새로 맞춘 삐까뻔쩍한 게이밍 PC가 자꾸 버벅인다고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분명 1기가 인터넷인데, 게임 다운로드 속도는 반 토막 나고 저녁엔 넷플릭스 4K도 끊긴다면서요.

“이거 컴퓨터 불량 아니야?” 하면서 시무룩해 있길래 제가 한번 쓱 둘러봤죠. 그리고 5분 만에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범인은 바로 컴퓨터 뒤에 힘없이 꽂혀있던, 아주 오래된 ‘랜선’ 한 가닥이었어요.

IT 기기를 직접 써보고 부딪히며 배운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이 랜선이야말로 가장 쉽게 돈 아끼고, 또 가장 쉽게 돈 버리는 부품입니다.

그래서 핵심만 요약하면? (3분 순삭)

  • 인터넷은 ‘수도꼭지’가 아니라 ‘수도관’이에요. 아무리 비싼 1기가 인터넷(수압)을 써도, 랜선(수도관)이 얇으면 물줄기는 약하게 나옵니다.
  • 지금 쓰는 랜선에 CAT.6라고 쓰여있는지 확인하세요. 이게 요즘 표준 고속도로입니다. CAT.5e라고 쓰여있다면, 당장 바꾸는 걸 추천해요.
  • 선만 바꿨는데도 느리다고요? 그럼 범인은 십중팔구 낡은 ‘공유기’입니다.

당신의 인터넷, 빨대로 마시고 계셨군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랜선? 그거 다 똑같은 파란 선 아니야?”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입니다.

수도관 비유: 이걸로 끝내드릴게요

인터넷 속도를 ‘수압’이라고 생각해보세요.

  • 1기가 인터넷 상품: 소방서에서 쓰는 소화전급의 강력한 수압.
  • 랜선 (LAN Cable): 물이 흘러나오는 수도관.
  • LAN 포트: 수도꼭지.

자, 이제 상상이 되시죠? 소방서급 수압으로 물을 보내는데, 정작 우리 집에 연결된 수도관이 커피 마실 때 쓰는 얇은 빨대라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물은 쫄쫄 나오겠죠.

친구가 바로 이 상황이었습니다. 1기가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수압을 쓰면서, Cat.5e라는 얇은 빨대(랜선)로 물을 받고 있었던 거죠. 제가 Cat.6라는 굵직한 파이프(랜선)로 바꿔주자마자 다운로드 속도가 2배로 뛰는 기적을 함께 목격했습니다.

내 랜선 등급, 어떻게 확인하나요?

지금 바로 컴퓨터나 공유기에 꽂힌 랜선을 한번 보세요. 케이블 겉면에 아주 작은 글씨로 UTP CAT.5e 또는 UTP CAT.6 같은 글자가 인쇄되어 있을 겁니다.

  • CAT.5e: 최대 1기가까지 ‘겨우’ 지원하는 옛날 규격. 1기가 인터넷을 쓴다면 속도 저하의 주범일 확률 99%.
  • CAT.6: 1기가 인터넷 속도를 안정적으로 완벽하게 지원하는 ‘요즘 표준’. 새로 사야 한다면 무조건 이걸로 사세요.
  • CAT.7 이상: 일반 가정집에선 돈 낭비. 이건 데이터센터 같은 곳에서나 쓰는 전문가용입니다.

선을 바꿨는데도 속도가 그대로라면?

“형 말대로 Cat.6 랜선으로 바꿨는데, 왜 속도가 똑같죠?”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데, 그럼 다음 용의자를 심문할 차례입니다.

바로 ‘공유기’ 입니다.

랜선을 굵은 파이프로 바꿨는데, 그 파이프가 연결된 중간 밸브(공유기)가 낡아서 녹슬었다면 소용이 없겠죠. 3~4년 전에 나온 공유기 중에는 유선 포트가 최대 100메가만 지원하는 모델이 정말 많습니다. 공유기 모델명을 검색해서 ‘기가비트 지원’이라고 나오는지 꼭 확인해보세요.

잠깐! 컴덕을 위한 TMI (UTP? STP? 그건 또 뭐죠?)

랜선 스펙을 보다 보면 UTP, FTP, STP 같은 영어가 보여요. 이건 케이블 내부에 신호 간섭을 막아주는 ‘보호막(쉴드)’ 처리 여부입니다.

  • UTP (Unshielded): 보호막 없음.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랜선.
  • STP/FTP (Shielded/Foiled): 보호막 있음. 공장이나 서버실처럼 노이즈가 심한 환경에서 쓰는 전문가용.

결론은? 일반 가정집에서는 그냥 저렴한 UTP 케이블 쓰시면 됩니다. STP 케이블은 더 비싸고 선도 뻣뻣해서 오히려 불편해요.

5천 원짜리 선 하나가 인터넷 요금을 좌우합니다

비싼 돈 내고 1기가 인터넷 쓰면서, 낡은 랜선 하나 때문에 절반의 속도만 쓰고 있다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5천 원짜리 Cat.6 랜선 하나가 여러분의 답답한 인터넷 환경을 시원한 고속도로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컴퓨터 뒤를 확인해보세요!

벽에 있는 랜 포트가 오래됐는데, 이것도 바꿔야 하나요?

아니요, 대부분은 괜찮습니다. 아파트 지을 때 벽 안에 매립하는 선은 보통 품질 좋은 걸 쓰기 때문에,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아니라면 대부분 기가 인터넷을 지원합니다. 문제가 되는 건 벽에서부터 컴퓨터나 공유기까지 연결하는 짧은 랜선인 경우가 99%예요.

‘플랫 케이블(칼국수선)’이 일반 둥근 선보다 좋은가요?

성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플랫 케이블은 얇아서 문틈이나 카펫 밑으로 선을 숨기기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구성은 오히려 둥근 케이블보다 약하다는 평도 있어요. 그냥 설치할 환경에 맞춰 편한 걸로 고르시면 됩니다.

랜선은 무조건 짧은 게 좋은가요?

아니요, 100미터 이내라면 속도 차이는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가정집에서 쓰는 1미터, 5미터, 20미터 정도의 길이 차이는 체감할 수 있는 속도 저하를 일으키지 않으니, 길이는 넉넉하게 필요한 만큼 구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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