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러 갔다가 CPU에서 막히는 것만큼이나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게, 블루투스 이어폰 사려는데 ‘코덱’에서 막히는 겁니다. SBC는 뭐고 AAC는 또 뭐람? aptX는 종류도 왜 이렇게 많아? 저도 예전에 그냥 최신 블루투스 버전 숫자만 높으면 장땡인 줄 알고 샀다가, 영상 볼 때마다 미묘하게 입 모양이랑 소리가 안 맞아서 속 터졌던 경험이 있거든요.
알고 보니 범인은 바로 이 ‘블루투스 코덱’이었습니다. 이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음질부터 반응 속도까지 아주 큰 차이를 만들어요.
그래서 핵심만 요약하면? (3분 순삭)
- 블루투스 코덱은 음악 파일을 무선으로 보내기 위한 ‘압축 포장 방법’ 같은 거예요. 어떻게 포장하냐에 따라 내용물(음질)이 달라집니다.
- SBC: 모든 블루투스 기기의 ‘국민 코덱’. 호환성은 최고지만, 음질이나 지연 시간은 그냥 기본만 하는 수준.
- AAC: 애플의 ‘공식 짝꿍’. 아이폰, 에어팟 유저는 이걸로 들으면 음질 손실이 적고 효율도 좋아요.
- aptX: 안드로이드폰 유저들의 ‘고음질 희망’. SBC보다 확실히 좋은 음질과 짧은 지연시간을 보여줘요. (단, 아이폰은 지원 안 함!)
코덱, 대체 정체가 뭐야? (feat. 이삿짐센터)
블루투스 코덱을 뭐 대단한 기술처럼 설명하는데, 그냥 ‘이삿짐 싸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 파일(음원)은 생각보다 용량이 꽤 커요. 이걸 블루투스라는 좁은 길로 한 번에 보내려니 너무 벅찬 거죠. 그래서 이삿짐 싸듯이 파일을 꾹꾹 압축해서 보낸 다음, 이어폰에서 압축을 푸는 과정(디코딩)을 거칩니다.
이때 어떤 기술(코덱)로 짐을 싸고 푸느냐에 따라 원본이 얼마나 잘 보존되는지가 결정돼요. 대충 쑤셔 넣으면(SBC) 짐이 상할(음질 저하) 확률이 높고, 꼼꼼하게 완충재 넣고 포장하면(AAC, aptX) 훨씬 안전하게 도착하겠죠? 이게 코덱의 핵심입니다.
SBC: 그냥저냥 쓸만한 기본 옵션
SBC(Subband Codec)는 모든 블루투스 오디오 기기가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말 그대로 기본 코덱입니다. 윈도우로 치면 ‘메모장’ 같은 존재랄까요? 어딜 가나 열리긴 하죠.
- 장점: 호환성 100%. 어떤 기기를 사든 소리는 나온다.
- 단점: 압축 효율이 좋지 않아서 음질 손실이 가장 커요. 특히 고음역대가 뭉개지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지연시간, 레이턴시) 영상 볼 때나 게임할 때 소리가 화면보다 반 박자 정도 늦게 들리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바로 SBC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AAC: 아이폰의 영원한 단짝
AAC(Advanced Audio Coding)는 애플이 주력으로 미는 코덱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맥북까지… 애플 생태계에 있다면 거의 무조건 AAC로 연결된다고 보시면 돼요.
- 장점: SBC보다 압축 효율이 뛰어나서, 같은 용량을 보내도 훨씬 음질이 좋아요. 특히 애플 기기에서는 최적화가 기가 막히게 잘 되어 있어서 전력 소모도 적고 안정적입니다.
- 단점: 이게 좀 재밌는데, 안드로이드폰에서도 AAC를 지원하긴 하지만 기기마다 성능이 천차만별이에요. 어떤 폰에서는 SBC보다 못한 소리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폰-에어팟 조합이 진리”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제가 예전에 안드로이드폰에 에어팟을 물려 썼는데, 뭔가 소리가 답답하게 들리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다 코덱 궁합 문제였습니다.
aptX: 안드로이드 유저를 위한 선물
aptX는 스마트폰 두뇌(AP) 만드는 걸로 유명한 ‘퀄컴’에서 개발한 코덱이에요. 그래서 퀄컴 칩을 쓰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주로 지원하죠.
- 장점: SBC는 물론이고, 잘 최적화된 AAC보다도 일반적으로 더 좋은 음질과 낮은 지연시간을 제공합니다. CD 수준의 음질을 목표로 만들어져서, 여기서부터는 “오, 무선인데도 소리 괜찮네?” 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해요.
- 단점: 라이선스 비용이 있어서 주로 중급기 이상 제품에 탑재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함정! 아이폰은 aptX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제 친구가 아이폰 쓰면서 aptX-HD 지원하는 비싼 헤드폰 샀다가, 결국 AAC로 듣는 걸 보고 뜯어말렸던 기억이 나네요. 돈은 돈대로 쓰고 제 성능을 못 뽑는 거죠.
내 폰은 지금 무슨 코덱으로 연결된 거지?
“그래서 내 이어폰은 지금 뭘로 연결된 건데?” 궁금하시죠?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 확인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AAC 지원 이어폰을 썼다면 AAC, 아니면 SBC로 자동 연결됩니다. 아주 심플하죠?
- 안드로이드 사용자: 약간의 절차가 필요해요. ‘개발자 옵션’이라는 숨겨진 메뉴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 스마트폰
설정
>휴대전화 정보
>소프트웨어 정보
로 들어갑니다. 빌드번호
항목을 미친 듯이 7번 정도 연타하세요! 그럼 “개발자 모드가 켜졌습니다” 같은 메시지가 뜹니다.- 다시
설정
메뉴 맨 아래로 가보면개발자 옵션
이 생겼을 거예요. 개발자 옵션
에 들어가서 아래로 쭉 내리다 보면블루투스 오디오 코덱
이라는 항목이 보입니다. 여기서 현재 연결된 코덱을 확인하거나, 이어폰이 지원하는 다른 코덱으로 바꿀 수도 있어요.
-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개발자 옵션에 들어가면 이렇게 현재 코덱을 확인하고 변경할 수 있어요.
어때요, 이제 좀 감이 오시나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블루투스 코덱은 결국 ‘내 기기’와 ‘이어폰’ 둘 다 지원해야 제 성능을 낸다는 게 핵심이에요.
- 아이폰 유저라면? 고민할 것 없이 AAC를 잘 지원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면 됩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메이저 제품들)
- 안드로이드 유저라면? 이왕이면 aptX, 더 욕심낸다면 aptX HD나 Adaptive를 지원하는 제품을 고르는 게 음질이나 지연 시간 면에서 만족도가 높을 겁니다.
이제 이어폰 스펙 볼 때 ‘블루투스 5.3’ 같은 버전 숫자만 보지 마세요.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쓰인 지원 코덱: SBC, AAC, aptX Adaptive
같은 문구를 찾아보는 습관!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무선 음향 라이프가 훨씬 풍요로워질 겁니다.
잠깐!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볼까요? (TMI) aptX도 종류가 몇 가지 더 있어요.
aptX HD
는 고음질 음원(24bit) 전용으로 나온 거고,aptX Low Latency
는 지연시간을 게임에 적합할 정도로 확 줄인 버전이에요. 요즘은 이 둘을 합쳐서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음질과 지연시간을 조절해주는aptX Adaptive
가 대세입니다. 만약 스펙에aptX Adaptive
가 보인다면, ‘아, 게임할 때도 음악 들을 때도 알아서 최적화해주는 똑똑한 놈이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정말 아이폰에서 aptX를 쓰고 싶다면? 방법이 아예 없진 않아요.FiiO BTR
시리즈 같은 외장 블루투스 DAC/AMP 동글을 쓰면 가능하긴 한데… 이건 정말 ‘음질에 진심’인 분들의 영역이니, 이런 게 있구나 정도만 알아두셔도 충분합니다.
블루투스 버전(5.0, 5.2, 5.3)이 높으면 음질도 좋은 거 아닌가요?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요. 블루투스 버전이 높으면 데이터 전송 속도나 안정성, 전력 효율이 좋아지는 건 맞아요. 이건 마치 ‘도로(블루투스 버전)’가 더 넓고 튼튼해지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그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코덱)’의 성능이 그대로라면 음질이 극적으로 좋아지진 않죠. 물론, 도로가 좋아지니 고성능 자동차(고음질 코덱)가 더 안정적으로 달릴 환경이 만들어지는 간접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LDAC이나 aptX Lossless 같은 코덱도 있던데요?
네, 훨씬 더 좋은 코덱도 많습니다. 소니가 만든 LDAC은 aptX HD보다도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해서 고음질 음원에 더 유리하고, 퀄컴의 aptX Lossless는 이름처럼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죠. 하지만 이런 코덱들은 아직 지원하는 기기가 한정적이고, 주변 전파 환경에 따라 성능이 저하될 수도 있어서 아직은 SBC, AAC, aptX가 가장 대중적인 선택지라고 할 수 있어요.
게임할 때 쓸 건데, 무조건 aptX Adaptive가 좋은 건가요?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aptX Adaptive는 지연 시간을 크게 줄여주기 때문에 총 소리나 발소리가 밀리는 현상을 거의 없애줘요. 하지만 이어폰 자체의 하드웨어 성능도 중요하고, 게임에 따라서는 ‘게임 모드’를 지원해서 코덱과 상관없이 지연시간을 줄여주는 제품도 있으니, 게임용으로 구매할 땐 코덱과 함께 ‘저지연 모드’나 ‘게이밍 모드’ 지원 여부도 같이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