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출퇴근길, 앞차의 브레이크등만 멍하니 바라보며 ‘누가 대신 운전 좀 해줬으면…’ 하고 되뇌어 본 적, 없으신가요? 고된 야근을 마치고 텅 빈 강변북로의 스티어링 휠을 붙잡고 있을 때면, 그 생각은 더욱 간절해지곤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오픈파일럿(OpenPilot)’은 그 상상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대답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단순히 ‘편리한 기술’ 이야기가 아닙니다. 거대 기업이 정해준 미래가 아닌,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DIY 자율주행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5년 된 차에 100만 원짜리 장치 하나를 달았을 뿐인데, 갑자기 차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가 되어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픈파일럿, 그 정체는 스마트폰?
오픈파일럿은 천재 해커 조지 호츠가 설립한 ‘콤마에이아이(Comma.ai)’의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핵심은 뭘까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콤마3X(Comma 3X)라는 스마트폰 크기의 하드웨어를 차에 설치하면, 이 장치가 차량의 카메라, 레이더와 연동해 스스로 운전하는 것입니다.
놀라운 점은 하드웨어 사양입니다. 갤럭시 노트9 수준의 프로세서. 최신 기술의 집약체일 것 같지만, 실은 몇 년 전 플래그십 스마트폰 정도의 성능이죠. 진짜 비밀은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진화하니까요.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모으고 개선하며 함께 성장하는, 거대한 집단 지성의 산물입니다.
설치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자동차 정비 경험이 전무한 저도 1시간이면 충분했죠. 룸미러 커버를 떼고, 기존 카메라 케이블 사이에 하네스를 연결하고, 전원을 OBD 단자에 꽂으면 끝. 거대한 기술의 장벽이 아니라, 마치 설명서를 보고 프라모델을 조립하듯 내 손으로 미래를 완성하는 순간. 묘한 성취감마저 느껴졌습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와의 첫 주행
솔직히 처음엔 긴장했습니다. 내 목숨을 구형 스마트폰 성능의 기계에 맡겨도 될까? 의심과 호기심이 뒤섞인 채 도로에 나섰습니다.
시내 주행에서는 곧바로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가 울렸고, 회전교차로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맸습니다. 심지어 좌회전 차선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죠. 아직은 운전자의 세심한 개입이 필요한, 말 그대로 ‘보조’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무대는 고속도로였습니다. 그곳에 올라서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제 손과 발은 완전히 자유로워졌습니다. 오픈파일럿은 차선을 완벽하게 유지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했습니다. 제가 한 것이라곤 방향지시등을 켜 차선 변경을 지시한 것뿐. 가속은 때로 거칠었지만, 제동은 충격적으로 부드러웠습니다. 마치 숙련된 운전자가 동승자를 배려하며 브레이크를 밟는 그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완벽한 자율주행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불완전함 속에 엄청난 가능성이 숨어있었습니다.
테슬라와는 다른 길: 오픈소스의 힘과 한계
오픈파일럿을 경험하며 자연스레 테슬라 오토파일럿이 떠올랐습니다. 둘은 지향점부터 다릅니다. 테슬라가 잘 닦인 길을 달리는 우아한 세단이라면, 오픈파일럿은 비포장도로를 질주하는 야생마 같았습니다.
구분 | 테슬라 오토파일럿 | 콤마에이아이 오픈파일럿 |
---|---|---|
철학 | 완성된 제품 (Walled Garden) | 진화하는 프로젝트 (Open Source) |
비용 | 수백만 원 이상의 옵션 | 약 100만 원대 하드웨어 구매 |
대상 | 특정 테슬라 모델 | 약 300개 이상의 지원 차종 |
장점 | 높은 완성도, 부드러운 통합 | 저렴한 비용, 높은 자유도, 빠른 업데이트 |
단점 | 비싼 비용, 폐쇄적인 생태계 | 불완전한 기능, 발목을 잡는 덫 |
테슬라는 제조사가 완벽하게 통제하는 ‘완성품’을 판매합니다. 우리는 그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일 뿐입니다. 내가 산 기술이 어느 날 업데이트로 사라지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도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상상해보셨나요?
반면 오픈파일럿은 사용자가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합니다. 내 주행 데이터가 소프트웨어 개선에 기여하고, 그 혜택은 모든 사용자에게 돌아갑니다. 이 차이가 오픈파일럿의 핵심 가치이자, 거대 기업에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기술의 미래를 소수 기업에 맡길 것인가, 혹은 우리 모두의 손으로 함께 만들어갈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철학적 질문
오픈파일럿과의 짧은 여정은 단순한 기술 체험 그 이상이었습니다. 낡은 차가 스스로 달리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짜릿함은, 단순히 운전이 편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기술의 주도권을 되찾아온 듯한 해방감이었습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대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즐거움입니다.
만약 보유하신 차가 오픈파일럿을 지원한다면, ‘당장 구매하세요!’라고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아직은 길들여야 할 야생마이고, 때로는 운전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금쪽이 일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불완전한 기술이 언뜻 보여주는 미래의 풍경은, 그 어떤 제조사의 완벽한 프리젠테이션보다도 매력적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미래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잘 닦인 아스팔트 위를 달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조금 덜컹거리더라도 새로운 지평을 향해 직접 스티어링 휠을 만들어 가시겠습니까? 물론 선택은 사용자의 몫입니다.
오픈파일럿은 모든 차량에 설치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콤마에이아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원 차종 목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약 300개 이상의 차종을 지원하며, 차종별로 지원 기능의 수준(정차 후 재출발, 신호등 인식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오픈파일럿 설치 및 사용은 합법적인가요?
네, 하지만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픈파일럿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 및 지역에서는 전방 시야를 가리는 장치 부착을 금지하기도 하므로, 사용 전 거주 지역의 관련 법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픈파일럿과 다양한 '포크(Fork)' 버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므로, 기본 소스코드를 변형한 수많은 ‘포크’ 버전이 존재합니다. 이런 포크들은 기본 버전에 없는 실험적인 기능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곡선 도로에서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거나, 더 공격적인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