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희 아버지도 거의 당하실 뻔했어요. 갑자기 컴퓨터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리면서 “바이러스 감염! 즉시 이 번호로 전화하세요!”라는 창이 떴다는 거예요. 화면엔 마이크로소프트(MS) 로고까지 박혀 있었고요.
순진한 아버지는 정말 큰일 난 줄 알고 거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상담원이라는 작자가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고 유도했답니다. 하마터면 “보안 기능이 강화된 300만 원짜리 전문가용 컴퓨터”를 결제할 뻔했죠.
이거 듣고 진짜 등골이 오싹하더라고요.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어서, 그날 바로 아버지 댁에 달려가서 몇 가지 조치를 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우리 부모님을 이런 악질 사기에서 구해낼 ‘철벽 방어’ 전략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그래서 핵심만 요약하면? (3분 순삭)
- ‘전화하라’는 경고창은 100% 사기: MS나 애플은 절대 경고창으로 전화하라고 하지 않아요. 그냥 무시하고 창을 끄세요.
- “아들(딸)한테 먼저 전화할게”: 부모님께 컴퓨터에 문제 생기면, 그게 누구든(심지어 공식 센터라 주장해도) 무조건 자식에게 먼저 전화하시라고 신신당부해야 합니다.
- 원격 제어 프로그램 삭제 & 관리자 암호 설정: 우리가 부모님 컴퓨터에 미리 해둬야 할 가장 확실한 기술적 방어막입니다. 방법은 아래에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1단계: 심리적 방어선 구축 (대화가 절반입니다)
기술적인 조치보다 이게 훨씬 더 중요해요. 사기꾼들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불안한 마음을 파고드니까요. 주말에 부모님 댁에 가서 식사 한번 하면서, 무심한 척 대화를 시작하는 겁니다.
부모님께 알려드릴 ‘마법의 문장’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딱 이 한마디만 기억하시게 하면 됩니다.
“컴퓨터에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나한테 먼저 전화하기!”
“엄마, 아빠. 요즘 컴퓨터로 사기 치는 사람들이 엄청 많대요. ‘바이러스 걸렸다’, ‘느려졌다’ 하면서 전화하라고 하는 건 다 돈 뜯어내려는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컴퓨터 화면에 뭐가 뜨든, 소리가 나든, 무조건 저한테 먼저 전화하세요. MS 공식 지원팀이라고 해도 일단 저한테요. 아셨죠?”
이렇게 ‘선연락 후조치’ 원칙을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90%는 막을 수 있습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시게, ‘자식에게 연락’이 첫 번째 행동이 되도록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2단계: 기술적 방어선 구축 (우리가 직접 할 일)
부모님과의 대화로 1차 방어선을 쳤다면, 이제 우리가 직접 나서서 2차, 3차 방어선을 칠 차례입니다. 어렵지 않으니 딱 10분만 투자해서 아래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해보세요.
액션 플랜 1: 불필요한 원격 프로그램 원천 차단
사기꾼들이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이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만드는 겁니다. Anydesk, TeamViewer, Chrome 원격 데스크톱 같은 것들이죠. 부모님 컴퓨터에 이런 게 깔려 있는지 확인하고 지워버려야 합니다.
- 확인 및 삭제 순서:
- 윈도우 시작 버튼 → 설정(톱니바퀴 모양) → 앱 → 설치된 앱으로 들어갑니다.
- 설치된 프로그램 목록을 쭉 훑어보면서 Anydesk, TeamViewer, Remote, Support 같은 단어가 들어간 게 있는지 찾아보세요.
- 발견했다면 클릭해서 ‘제거’ 버튼을 눌러 삭제합니다. 부모님은 이런 프로그램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액션 플랜 2: ‘관리자 암호’ 설정, 최후의 보루
이게 진짜 효과가 강력합니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려면 ‘관리자 권한’이 필요한데, 이 권한을 부모님이 쓰시는 계정과 분리해버리는 겁니다.
- 설정 순서:
- 제어판 → 사용자 계정 → 다른 사용자 추가로 들어갑니다.
- 부모님이 사용하실 ‘표준 사용자’ 계정을 하나 만드세요. (MS 계정 없이 로컬 계정으로 만들어도 됩니다)
- 원래 있던 ‘관리자’ 계정에는 우리만 아는 비밀번호를 걸어 잠급니다.
- 이제부터 부모님은 ‘표준 사용자’ 계정으로 컴퓨터를 쓰시는 겁니다.
이렇게 해두면, 사기꾼이 원격으로 들어와서 뭘 설치하려고 해도 우리가 설정한 관리자 암호를 묻는 창이 뜨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사기꾼 입장에서 완벽한 벽을 만난 것과 같아요.
사기꾼들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진실
이 두 가지만 부모님께 추가로 알려드려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진실 1: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같은 큰 회사는 절대 사용자에게 먼저 전화하거나, 경고창으로 겁줘서 돈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 진실 2: 컴퓨터는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대부분의 오류는 그냥 ‘껐다 켜기’ 신공으로 해결됩니다. 경고창이 시끄럽게 울리면 당황하지 말고 그냥 전원 버튼을 꾹 눌러서 껐다 켜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잠깐! 이 분야 덕후를 위한 TMI (시간 없으면 넘어가세요!)
윈도우에는 ‘사용자 계정 컨트롤(UAC)’이라는 보안 기능이 있습니다. 제어판에서 이 UAC 설정을 최고 단계로 올려두면, 아주 사소한 변경이라도 일일이 사용자에게 허락을 받도록 창이 뜹니다. 약간 귀찮을 순 있지만, 부모님 컴퓨터에는 이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설정해두는 게 오히려 안전합니다. 또한, 윈도우 자체 ‘원격 데스크톱’ 기능도 있는데, ‘설정 → 시스템 → 원격 데스크톱’에서 ‘끔’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사살 해두면 더 좋고요.
어때요, 당장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죠?
이 글을 읽고 ‘우리 부모님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정말 위험한 생각입니다. 사기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집요하고 교묘하게 ‘자식에게 미안해서 말 못 하는’ 부모님의 심리를 파고듭니다.
조금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부모님께 드리는 전화 한 통, 주말에 잠깐 들러서 해드리는 10분짜리 컴퓨터 설정이, 수백만 원의 피해와 그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막는 가장 확실한 예방주사입니다.
이미 원격 제어를 허용한 것 같아요. 어떡하죠?
당장 인터넷 선을 뽑거나 와이파이를 꺼서 연결부터 끊으세요! 그리고 즉시 해당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프로그램 추가/제거’에서 삭제해야 합니다. 만약 결제까지 진행됐다면 바로 카드사나 은행에 전화해서 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경찰청 사이버안전지킴이(국번없이 182)에 바로 신고하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부모님이 자꾸 '전문가'라는 사기꾼 말을 더 믿으세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땐 화내지 마시고, “요즘은 공식 센터 이름을 대고 사기 치는 게 유행이래요”라고 하면서 실제 피해 사례 뉴스 기사 같은 걸 같이 보여드리는 게 효과적입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사기 수법의 심각성을 인지시켜 드리는 거죠.
어떤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막아야 하나요? 이름 좀 알려주세요.
가장 흔한 건 애니데스크(AnyDesk), 팀뷰어(TeamViewer)입니다. 이 외에도 크롬 원격 데스크톱(Chrome Remote Desktop), 리모트뷰(RemoteView), 알서포트(Rsupport) 같은 이름이 보이면 일단 의심하고, 부모님이 업무상 쓸 일이 없다면 삭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희 부모님 컴퓨터 보안 강화를 위해 제가 직접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설정은 무엇인가요?
기술 사용이 익숙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서는 불필요하거나 위험한 프로그램의 실행 자체를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제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부모님이 평소 사용하시는 몇 가지 필수 프로그램만 실행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차단하는 ‘화이트리스팅’ 설정을 적용하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더불어 윈도우 자동 업데이트를 항상 켜두고, 낯선 사람의 연락을 경계하고 자녀에게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갖도록 충분히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 속도나 인터넷 연결 상태를 일부러 느리게 만드는 전략이 실제로 사기 방어에 도움이 될까요?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원격 작업 환경이 느리거나 불안정할 때 작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원격 제어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본인에게도 불편을 초래하며, 사기꾼이 다른 방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완벽한 방어 수단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른 기술적, 비기술적 방어 전략들과 함께 보조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