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 구글 로고가 새겨진 체스 말들이 금화 더미 위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동맹을 맺고 있다.

애플·삼성·구글의 이상한 동맹: 수십조 원이 오가는 라이벌의 공생, 과연 영원할까?

다들 IT 기기나 서비스 이야기할 때 애플, 삼성, 구글을 빼놓지 않죠. 신제품 발표회만 되면 서로를 저격하고, 특허 소송으로 몇 년씩 싸우는, 그야말로 ‘원수’ 같은 라이벌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 정말 그게 전부일까요?

이 글은 단순히 ‘누가 이겼다’는 식의 경쟁 구도를 나열하는 대신, ‘서로가 없으면 함께 무너지는, 거대한 기술 제국의 균형추’ 라는 독창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관계를 재해석하려 합니다. 겉으로만 싸울 뿐, 뒤로는 수십조 원의 돈다발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존을 돕는 이 기묘한 공생 관계의 속살을 한번 들여다보시죠. 한 걸음 더 들어가 사건의 이면을 살펴보려 노력하는 퀵픽 IT뉴스 소식의 관점입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 아이폰의 심장은 삼성이: 삼성은 경쟁사인 애플에 아이폰의 핵심 부품(OLED 디스플레이)을 팔아 막대한 돈을 벌고, 애플은 삼성이 없으면 아이폰을 만들 수 없는 구조입니다.
  • 구글은 애플의 월세입자?: 구글은 아이폰 기본 검색엔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연 27조 원에 달하는 돈을 애플에 지불합니다. 이는 애플 연간 순이익의 약 20%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 삼성은 구글의 가장 큰 스피커: 구글은 자체 픽셀폰이 있지만, 자사 AI와 안드로이드 OS를 전 세계에 퍼뜨리기 위해 최대 파트너인 삼성의 갤럭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이폰의 눈은 삼성이 만든다”, 이 기묘한 협력의 실체

애플과 삼성의 관계는 ‘애증’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 2위를 다투는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손에 쥔 아이폰 화면의 상당수는 바로 그 경쟁자인 삼성이 만든 겁니다. 정확히는 삼성의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용 OLED 패널의 최대 공급사입니다.

이 수치만 떼어놓고 보면 큰 의미를 찾기 어렵지만,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니 그림이 명확해집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미 2017년, 아이폰 X 한 모델에 들어가는 OLED 패널 판매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벌어들인 수익이, 그해 삼성전자의 주력 모델이었던 갤럭시 S8 전체 판매 수익을 넘어섰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애플이 요구하는 초고품질의 패널을 수억 개씩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삼성이 유일했기 때문이죠.

만약 삼성이 “경쟁사 도와주기 싫어!”라며 공급을 끊으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애플은 큰 타격을 입겠지만, 삼성 역시 자체 스마트폰 사업 이익을 훨씬 웃도는 막대한 현금 파이프라인을 스스로 잠그는 셈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경쟁’이라는 명분보다 ‘이익’이라는 실리가 훨씬 크기에, 이 아슬아슬한 동맹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거죠.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부품 공급 계약을 넘어, 서로의 명운이 걸린 경제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연 27조 원의 계약, 애플과 구글의 ‘검색 동맹’은 왜 문제가 될까?

애플과 구글의 관계는 더 노골적이고 흥미롭습니다. 구글이 아이폰 웹 브라우저 ‘사파리’의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애플에 매년 얼마를 내는지 아시나요? 최근 미국 법무부(DOJ)의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그 금액은 무려 연간 약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조 원에 달합니다.

상상 초월의 금액, 대체 왜?

이 천문학적인 금액, 이게 왜 파격적인지 감이 잘 안 오시죠? 최근 애플의 연간 순이익이 약 1,000억 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 계약 하나가 전체 순이익의 20%에 육박하는 셈입니다. 솔직히 이 대목을 보면, 애플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앉아서 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이런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는 걸까요? 바로 ‘기본값(Default)’이 가진 엄청난 힘 때문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사면 설정된 검색 엔진을 굳이 바꾸지 않죠. 아이폰 사용자가 무심코 사파리 주소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순간, 그 트래픽은 고스란히 구글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 트래픽은 구글 광고 사업의 핵심 기반이자,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같은 경쟁자들이 발 붙일 틈을 주지 않는 강력한 진입 장벽이 됩니다.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담합이라는 주장

하지만 미 법무부는 이 거대한 거래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담합”이라며 칼을 빼 들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만약 법원이 이 계약을 위법으로 판단한다면, 애플과 구글의 동맹은 물론, 검색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과거 구글 내부에서는 애플이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것을 ‘코드 레드(Code Red)’ 상황으로 분류하며 극도로 경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죠. 이 소송이 바로 그 ‘코드 레드’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얼굴마담? 구글과 삼성의 기묘한 파트너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체 ‘픽셀’ 시리즈를 파는 구글과 ‘갤럭시’를 파는 삼성 역시 치열한 경쟁자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도 파고들면 꽤 복잡합니다. 제가 이들의 관계를 보면서 든 생각은, 오히려 구글이 삼성에게 더 절실한 파트너일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삼성이 ‘안드로이드’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실어 나르는 가장 강력한 항공모함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조사 기관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2025년 5월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OS 시장의 70% 이상을 안드로이드가 차지하고 있고, 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약 35% 이상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 구글 픽셀의 점유율과는 비교가 안 되죠.

이런 속사정 때문에 재미있는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 자사의 최신 AI 기술인 ‘제미나이’의 핵심 기능 ‘서클 투 서치’를 발표했을 때, 이 기능은 구글 픽셀과 삼성 갤럭시 S24 시리즈에 가장 먼저 탑재되었습니다. 심지어 구글의 개발자 행사에서 경쟁사 제품인 갤럭시를 이용해 최신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자사 제품 판매’와 ‘자사 생태계 확장’이라는 두 목표 사이의 균형 잡기로 귀결됩니다. 구글은 픽셀폰으로 애플과 직접 경쟁하면서도, 안드로이드와 구글 서비스 생태계 전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최대 고객이자 파트너인 삼성을 극진히 대우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뭘 걱정하고 뭘 기대해야 할까?

애플, 삼성, 구글. 이 세 거인의 관계는 ‘라이벌’이라는 한 단어로 담을 수 없는 복잡한 방정식입니다. 경쟁의 칼날 위에서 이익이라는 접착제로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모습에 가깝죠. 이들의 기술 라이벌 협력은 서로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의 혁신을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 거대한 동맹이 지금, 미 법무부의 칼날과 AI라는 새로운 파도 앞에서 서서히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들의 줄다리기가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제는 단순히 구경만 할 때가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를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입니다. 나라면 이들의 관계가 깨지는 것을 반길지, 아니면 현재의 안정을 선호할지,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래서, 애플이 자체 검색 엔진을 만들 가능성이 정말 있나요?

가능성은 늘 열려 있습니다. 미 법무부의 구글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애플이 과거 자체 검색 엔진 개발을 검토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구글이 매년 2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 자체가 애플의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보험료’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기술적, 비용적 장벽이 높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구글과의 계약이 불가능해진다면 애플로서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삼성과 애플의 디스플레이 계약이 깨지면 누가 더 손해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양쪽 모두에게 치명적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에 즉각적인 차질을 빚게 되고, 삼성은 막대한 수익원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체 공급망을 찾아야 하는 애플의 어려움이 조금 더 클 수 있습니다. 삼성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단기간에 대체할 파트너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가 더 손해냐’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서로 깊게 얽혀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구글의 최신 기능이 왜 픽셀이 아닌 삼성 갤럭시에 먼저 탑재되기도 하나요?

이것이 바로 구글과 삼성의 안드로이드 파트너십의 핵심입니다. 구글의 목표는 단지 픽셀폰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구글 서비스(검색, 지도, AI 등) 생태계 전체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안드로이드폰인 삼성 갤럭시는 구글의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고 넓게 확산시킬 수 있는 최고의 ‘스피커’인 셈입니다. 전략적으로 삼성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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