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볼트 vs USB-C – 인터페이스 차이점과 선택 가이드

몇 년 전, 영상 편집용으로 큰맘 먹고 ‘썬더볼트’를 지원한다는 초고속 외장 SSD를 샀습니다. 기존에 쓰던 외장하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를 기대하며 부풀어 있었죠. 그런데 막상 제 윈도우 노트북에 연결하니, 생각보다 속도가 안 나오는 겁니다. “어? 왜 이렇지? 제품 불량인가?” 싶어 식은땀이 났죠.

한참을 헤맨 끝에 알아낸 원인은 허무했습니다. 제 노트북에 달려있던 C타입 단자는 그냥 ‘일반 USB-C’ 였고, 썬더볼트를 지원하지 않았던 겁니다. 생긴 건 똑같은데, 속 내용물은 완전히 다른 녀석이었던 거죠. 더군다나 최근에는 썬더볼트4와 USB4의 관계가 더욱 복잡해져서 고르는데 더 신경을 써야합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본 입장에서, 이 둘의 차이를 모르면 정말 비싼 돈 주고 산 장비의 성능을 반도 못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이 둘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썬더볼트와 USB-C, 대체 무슨 관계야?

단자 모양은 ‘USB-C’, 그 안의 기술은 ‘썬더볼트’

이 둘의 관계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동차’ 에 비유하는 겁니다.

  • USB-C: 자동차의 ‘타이어 규격’ 입니다. (예: 18인치 휠)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차(기기)가 이 C타입이라는 똑같은 모양의 타이어를 쓰기로 약속했어요.
  • USB 3.2, USB4, 썬더볼트: 그 타이어를 굴리는 ‘엔진의 종류’ 입니다.

즉, USB-C는 단자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고, 썬더볼트는 그 단자를 통해 구현되는 ‘기술 규격’의 이름입니다.

모든 썬더볼트 단자는 USB-C 모양을 하고 있지만, 모든 USB-C 단자가 썬더볼트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18인치 휠을 쓴다고 해서 모든 차가 페라리 엔진을 달고 있는 건 아닌 것처럼요.

그래서 둘의 결정적인 차이가 뭔데요?

똑같이 생긴 단자 옆에 번개(⚡) 모양 아이콘이 있느냐 없느냐로 썬더볼트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번개 마크 하나에 어마어마한 성능 차이가 숨어있죠.

1. 속도: 비교 불가 ‘대역폭’의 차이

이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데이터가 지나다니는 도로의 넓이(대역폭)가 달라요.

  • 일반 USB-C (USB 3.2 Gen 2 기준): 최대 10Gbps. 왕복 2차선 국도 수준입니다.
  • 썬더볼트 4 / USB4: 최대 40Gbps. 왕복 8차선 초고속도로입니다.

제가 샀던 썬더볼트 외장 SSD가 제 성능을 못 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F1 머신(썬더볼트 SSD)을 2차선 국도(일반 USB-C 포트)에서 달리게 했으니, 속도가 날 리가 없었던 거죠.

2. 기능: ‘만능’의 썬더볼트

썬더볼트는 단순히 데이터만 빠르게 옮기는 게 아닙니다.

  • 모니터 출력: 4K 모니터 2대 또는 8K 모니터 1대를 케이블 하나로 동시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일반 USB-C는 보통 4K 모니터 1대 연결이 한계죠.
  • 데이지 체인(Daisy Chain): 썬더볼트 허브 하나에 모니터, 외장 SSD, 오디오 인터페이스 등 여러 장비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렁주렁 연결해도 속도 저하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외장 그래픽카드(eGPU) 연결: 노트북에 데스크톱용 그래픽카드를 연결해서 게이밍 머신으로 변신시키는 마법 같은 일도 썬더볼트만 가능합니다.

즉, 썬더볼트는 속도, 영상 출력, 확장성 모든 것을 케이블 하나로 해결하는 ‘궁극의 만능 포트’ 인 셈입니다.

그래서 나한테 썬더볼트가 필요할까요?

이 비싸고 대단한 기술, 과연 모든 사람에게 필요할까요?

이런 분들은 일반 USB-C로도 충분합니다

  • 주된 용도가 스마트폰 충전, 일반 외장하드 연결, 웹캠 연결 등인 분.
  • 4K 60Hz 모니터 1대 정도만 연결해서 사용하시는 분.
  • “나는 가성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에게는 썬더볼트는 과분한 기술일 수 있습니다. 굳이 추가 비용을 내고 썬더볼트 지원 기기를 살 필요는 없어요.

이런 분들은 썬더볼트가 ‘필수’입니다

  • 4K 영상 편집자, 3D 디자이너, 프로 작곡가 등 대용량 파일을 아주 빠르게 옮겨야 하는 전문가. (작업 효율이 인생을 바꿉니다.)
  • 맥북 유저: 애플은 오래전부터 썬더볼트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왔습니다. 맥북의 성능을 100% 활용하려면 썬더볼트 지원 기기(독, 허브, 외장 SSD 등)가 필수적입니다.
  • 노트북 한 대로 데스크톱 환경을 구축하고 싶으신 분. 썬더볼트 케이블 하나만 노트북에 꽂으면, 모니터 2대, 키보드, 마우스, 외장하드, 유선랜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원 케이블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잠깐! 컴덕을 위한 TMI (시간 없으면 넘어가세요!)

  • USB4의 등장: 최근에 USB4라는 새로운 규격이 등장했어요. 이 녀석은 썬더볼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서, 썬더볼트 4와 거의 동일한 40Gbps 속도와 기능을 제공합니다. 덕분에 이제 윈도우 노트북에서도 썬더볼트와 비슷한 경험을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죠. 앞으로는 ‘썬더볼트’와 ‘USB4’가 고성능 포트의 표준이 될 겁니다.
  • 케이블도 등급이 있다!: 40Gbps라는 엄청난 속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케이블도 썬더볼트/USB4를 지원하는 제품을 써야 합니다. 일반 C타입 충전 케이블을 꽂으면 속도가 1/4 토막 날 수 있어요. 40Gbps를 지원하는 케이블은 보통 단자 쪽에 번개(⚡) 아이콘과 숫자 3 또는 4가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 인텔 인증의 중요성: 썬더볼트는 인텔이 주도해서 만든 기술이라, 제대로 된 성능을 보장받으려면 ‘인텔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썬더볼트 독(Dock)이나 허브 같은 주변기기를 살 때는 이 인증 여부가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썬더볼트 포트에 일반 USB-C 기기를 꽂아도 되나요?

네,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썬더볼트 포트는 모든 하위 USB 규격(USB 2.0, 3.0 등)과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즉, 썬더볼트 포트는 현존하는 거의 모든 C타입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만능 포트’인 셈이죠. (물론 속도는 연결된 기기의 성능에 맞춰집니다.)

제 노트북이 썬더볼트를 지원하는지 어떻게 확인해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C타입 단자 옆에 번개(⚡) 모양 아이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이 아이콘이 있다면 썬더볼트 포트가 맞습니다. 아이콘이 없거나, 그냥 USB 로고(SS)만 있다면 일반 USB-C 포트일 확률이 높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노트북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제품 사양의 ‘포트’ 또는 ‘I/O’ 섹션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썬더볼트 케이블, 너무 비싼데 꼭 정품 써야 하나요?

애플이나 벨킨 같은 유명 브랜드의 정품 케이블이 가장 안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맞죠. 요즘은 Caldigit, OWC, Cable Matters 등 신뢰할 수 있는 서드파티 브랜드에서도 ‘인텔 인증’을 받은 좋은 품질의 썬더볼트 케이블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40Gbps 지원’, ‘인텔 인증’ 문구가 있는 제품으로 고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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