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 포워딩? 친구랑 마크 하려다 혈압 오른 분들만 보세요

친구들과 마인크래프트 하려고 신나게 내 컴퓨터에 서버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쳤죠. “자, 내 IP 주소 줄게! 들어와!” 그런데 친구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야, 연결이 안 되는데?” 였습니다. 방화벽도 꺼보고, 서버를 10번은 껐다 켰지만 결과는 똑같았죠. 분위기는 싸해지고, 그날 게임은 결국 못 했습니다.

이거 완전 제 얘기 같지 않으세요? 저도 이 ‘외부 접속 불가’ 문제 때문에 밤새 공유기랑 씨름하며 혈압 올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IT 기기를 직접 써보고 부딪히며 배운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자 해결사는 바로 ‘포트 포워딩’ 이라는 녀석이었습니다.

이름은 무슨 해킹 용어 같은데, 알고 보면 그냥 ‘우리 집 문패 달아주기’ 같은 아주 간단한 개념입니다. 오늘 제가 이 지긋지긋한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도록 전부 알려드릴게요.

그래서 포트 포워딩, 대체 정체가 뭔데요?

인터넷 세상의 ‘아파트 동 호수 안내’

포트 포워딩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 집 인터넷 환경을 ‘아파트’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 공인 IP 주소 (Public IP): 외부에서 보이는 우리 아파트의 ‘도로명 주소’ 입니다. (예: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23) 친구는 이 주소만 보고 아파트 정문까지는 찾아올 수 있죠.
  • 공유기 (Router): 아파트 1층 로비에서 모든 방문객을 맞는 ‘경비 아저씨’ 입니다.
  • 내부 IP 주소 (Internal IP): 아파트 안에 있는 각각의 ‘동 호수’ 입니다. (예: 101동 702호는 내 PC, 102동 304호는 동생 폰)
  • 포트 번호 (Port): 방문 목적입니다. (예: 25565번은 마인크래프트 손님, 80번은 웹사이트 손님, 21번은 파일 전송 손님)

자, 친구가 ‘마인크래프트(25565번)’를 하려고 우리 아파트(공인 IP) 정문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경비 아저씨(공유기)에게 말하죠. “저 마크 하러 왔는데요.”

이때 경비 아저씨는 당황합니다. “마크 손님이요? 근데 어느 집으로 가야 하죠? 101동 702호인가요, 102동 304호인가요?” 이렇게 누구를 찾아온 손님인지 몰라 길을 막고 있는 상태가 바로 포트 포워딩이 안 된 상태입니다.

포트 포워딩은 바로 이 경비 아저씨에게 미리 쪽지를 남겨두는 행위입니다.
“아저씨! 앞으로 ‘25565번(마인크래프트)’ 손님 오면, 무조건 ‘101동 702호(내 PC)’로 보내주세요!”
이제 경비 아저씨는 길을 헤매지 않고 손님을 정확한 집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포트 포워딩의 전부입니다.

자, 이제 우리 집 문패를 달아봅시다 (초간단 설정법)

말은 길었지만, 설정은 정말 간단합니다. 딱 3단계만 따라오세요.

1단계: 우리 집 ‘동 호수’와 ‘방문 목적’ 확인하기

  • 내부 IP 주소 (동 호수) 확인:
    윈도우 시작 버튼에서 마우스 오른쪽 클릭 > ‘터미널’ 또는 ‘명령 프롬프트’ 실행 > ipconfig 라고 치고 엔터!
    거기서 ‘IPv4 주소’ 라고 나오는 숫자(보통 192.168.0.X 형태)가 바로 내 컴퓨터의 동 호수입니다. 메모해두세요.
  • 포트 번호 (방문 목적) 확인:
    이건 내가 쓰려는 프로그램마다 정해져 있어요. 마인크래프트는 보통 25565, NAS는 5000이나 80 등. 이건 해당 프로그램 설정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2단계: 경비실(공유기)로 들어가기

보통 인터넷 주소창에 192.168.0.1 (iptime 국룰 주소) 같은 공유기 접속 주소를 치고 들어가면 설정 화면이 나옵니다. (공유기 브랜드마다 주소는 다를 수 있어요!) 로그인하라는 창이 뜨면 공유기 설명서를 참고해서 로그인하세요.

3단계: 경비 아저씨에게 쪽지 남기기

메뉴를 둘러보면 ‘포트 포워딩’, ‘포트 포워드 설정’, ‘가상 서버’ 같은 이름의 메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아래 정보를 입력하는 칸이 보일 거예요.

  • 규칙 이름: 아무거나 알아보기 쉽게 (예: 마크서버)
  • 내부 IP 주소: 1단계에서 메모해 둔 내 컴퓨터 IP 주소 (192.168.0.X)
  • 프로토콜: TCP, UDP 선택하는 건데 잘 모르겠으면 그냥 ‘TCP/UDP’ 둘 다 선택하세요.
  • 외부 포트 / 내부 포트: 둘 다 똑같이 내가 쓰려는 포트 번호 (25565)를 입력하면 됩니다.

그리고 ‘추가’ 또는 ‘적용’ 버튼을 누르면 끝! 이제 친구가 내 서버에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근데, 문 열어두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포트 포워딩은 우리 집 아파트의 특정 창문을 살짝 열어두는 것과 같아요.

  • 필요한 포트만 열기: 마인크래프트 손님을 위해 ‘작은 쪽문(25565번 포트)’ 하나만 열어두는 건 비교적 안전합니다.
  • 모든 포트 열기 (DMZ): 이건 아파트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과 같아요. 아주 위험합니다. 해커가 이 문으로 들어와서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어요.

결론: 내가 무슨 용도로 쓰는지 정확히 아는 포트만, 필요할 때만 열어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잘 모르는 포트를 함부로 열어두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잠깐! 컴덕을 위한 TMI

  • DMZ, 절대 쓰지 마세요: 공유기 설정에 ‘DMZ’라는 게 있어요. 특정 기기로 들어오는 모든 요청을 다 허용하는, 즉 모든 포트를 열어버리는 기능입니다. “포트 포워딩 귀찮은데 그냥 DMZ 켜야지”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그냥 컴퓨터를 인터넷의 무법지대에 맨몸으로 던져놓는 것과 같습니다. 절대, 절대 쓰지 마세요.
  • UPnP, 자동문 같은 녀석: UPnP(Universal Plug and Play)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 알아서 공유기 포트를 열고, 다 쓰면 닫는 편리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내 허락 없이 문이 열릴 수 있다는 건 보안상 허점이 될 수도 있죠. 편리함과 보안 사이의 트레이드오프가 있는 기능입니다.
  • DDNS, 우리 집 주소가 자꾸 바뀔 때: 일반 가정집의 공인 IP는 가끔씩 바뀝니다. 아파트 주소가 바뀌는 셈이죠. 이럴 때마다 친구에게 바뀐 주소를 알려주기 귀찮잖아요? DDNS는 이 유동적인 IP 주소에 my-mc-server.iptime.org 같은 고정된 ‘별명’을 붙여주는 서비스입니다. 주소가 바뀌어도 별명은 그대로라 아주 편리하죠.

포트 포워딩하면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나요?

아니요, 속도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포트 포워딩은 막혀있던 길을 ‘뚫어주는’ 역할이지, 길 자체를 ‘넓혀주는(속도를 높이는)’ 역할이 아닙니다. 외부 접속이 안 되던 문제를 해결해줄 뿐, 웹서핑 속도나 다운로드 속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요.

그냥 온라인 게임하는데도 포트 포워딩 해야 돼요?

아니요, 대부분의 경우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보통 하는 롤, 배그, 오버워치 같은 게임들은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중앙 서버에 접속하는 방식이라 포트 포워딩이 필요 없어요. 포트 포워딩은 내가 직접 ‘서버’를 열어서 다른 사람을 내 컴퓨터로 초대할 때만 필요합니다.

분명히 설정을 다 했는데도 접속이 안 돼요!

가장 흔한 원인은 ‘윈도우 방화벽’입니다. 포트 포워딩으로 경비 아저씨는 통과시켰는데, 정작 우리 집 현관문(윈도우 방화벽)이 잠겨있는 경우죠. ‘윈도우 디펜더 방화벽’ 설정에 들어가서 해당 프로그램(또는 포트 번호)을 ‘예외 허용’ 해줘야 합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내부 IP 주소나 포트 번호를 잘못 입력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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